2년만에 프로 바둑기사의 '교과서'된 알파고

입력 2018-06-27 18:25   수정 2018-06-27 18:36


인공지능(AI)이 프로 바둑·장기 기사들의 연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하기 전만해도 AI의 실력이 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스파링 파트너가 되주는 실력자는 AI밖에 없다”는 박정환 9단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이 AI와 연습하는 이유는 인간의 두뇌에서 나올 수 없는 유연함이 있어서다. AI들이 인간이 당초 만든 기보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돌’로 평가받던 수(手)를 두고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간다. 일본에서 바둑 7관왕을 차지한 이야마 유타는 “AI와의 연습을 통해 기풍을 가장 많이 바꾼게 박정환 9단”이라며 “예전부터 장점으로 꼽혔던 전투력에, AI와의 연습으로 유연함까지 생겼다”고 평가했다.

AI가 평가한 수는 정상급 선수들에게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중국 최강 바둑기사로 꼽히는 커제 9단은 지난 3월 자신이 꺾은 일본와 복기에서 “AI가 악수라고 평가한 이 수가 당신의 패착”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은 2년전까지만 해도 “알파고는 내 상대가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선수다. 지금까지 프로 기사들은 과거 기보들을 바탕으로 한 수의 ‘아름다움’을 평가해왔지만 이제 그 잣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AI로 넘어오게 됐다. 일본의 장기 명인인 하부 요시하루는 “바둑·장기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기사들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최연소 장기 프로인 후지이 7단은 “(AI는) 국면을 수치로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형세 판단이 쉽다”며 “실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프로 입단 전부터 활용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장기 대국은 자신의 진영을 먼저 보호한 상태에서 공격하는 수가 주류였다. 그러나 후지이 7단은 빈틈이 보이면 먼저 기선을 제압해 주도권을 빼앗는 ‘AI의 장기’를 보여준다. 니혼게이자이는 “인간은 바둑이란 게임의 입구만 들여다 봤는지 모른다”며 “바둑 안에는 광대한 우주가 있으며, 그 끝은 AI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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